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운동 활동가 1천 명이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 집결했다. 22대 국회의원에게 “7대 장애인권리법안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3일 오후 2시,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된 1박 2일 투쟁 중 하나로 이번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관 앞 계단을 가득 메운 활동가들은 1시간 넘게 릴레이 발언을 하며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 장애인에게 질문하라 “어떤 복지가 있었으면 이동할 수 있었겠습니까?”
1천 명이 요구하는 7대 장애인권리법안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전면 개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법 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발달장애인법 전면 개정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 개정 등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을 위한 교통약자법 전면 개정과 예산 보장에 대해선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충북지부장이 발언했다.
임 지부장은 “3년 전, 국회에서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의무 도입하는 법안이 통과됐을 때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그 해, 모든 희망은 사라졌다.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니 법은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장애인은 이동할 수 없었다”고 규탄했다. (관련 기사: 교통약자법 개정안 통과됐지만 기재부에 맡겨진 예산, 장애인은 다시 ‘지하철 투쟁’)
또한 “여전히 장애인한테 묻는 건 ‘한 달에 몇 번 외출하십니까’이다. 우리는 더는 그런 질문 받고 싶지 않다. ‘어떤 복지가 있었으면 장애가 있어도 이동할 수 있었겠습니까?’, ‘어떤 환경이었으면 노동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실제로 저상버스 의무도입 법안은 통과됐지만 ‘저상버스 예외노선’이란 게 생겼다. 시설, 환경 등의 이유로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노선을 뜻한다.
이에 장애인들은 국토교통부에 저상버스 예외노선 승인 표준안 개발 및 현장조사, 저상버스 도입보조, 교통약자 대중교통 권리보장 캠페인 등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또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교통약자법 전부개정안은 지난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후 아직 계류 중이다. (관련 기사: 드디어 공개된 ‘교통약자법 전부개정안’, 문제는 또다시 예산)
- 오세훈 때문에 필요성 더욱 높아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법은 수년간 필요성이 논의돼 온 법이다. 현재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행여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맡겨져 있다. 지자체 예산에 따라 규모도 지역별로 다르다. 따라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했다.
올해 초, 전국에서 가장 먼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도입한 서울시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폐기하면서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법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중증장애인들 “우리 일자리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뿐… 특별법 제정하라”)
최진기 전국권리중심공공일자리협회 경남지부장은 “많은 사람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일자리 맞냐고 물어본다. 당당하게 답변한다. 장애인이 노동하며 한국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자체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라고 말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는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인식개선 등 세 가지 직무를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을 알리는 일을 한다.
최 지부장은 “얼마 전 경상남도에서 도민의 욕구를 파악했는데 1위가 일자리였다.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일하는 세상에서 살자”고 강조했다.
-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해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해선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장이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장애인거주시설에 15년간 거주하다 탈시설한 후 현재 탈시설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 기사: 서미화 의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위한 특별기구 구성 제안)
이 지부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선 후 탈시설권리가 심각하게 퇴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탈시설로드맵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탈시설권리는 역행 중이다. 우리는 이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프랑스 파리와 일본에 방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설거주 장애인은 보호와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 권리가 유엔협약에 명시돼 있는데 윤 정부는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22대 국회에서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돼서 장애인의 기초적인 권리인 탈시설권리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인 장애인에게 고등학교를!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하라
조민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 상임이사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관해 설명했다. 조 이사는 “전국 260만 장애인 중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140만 명 이상이다. 장애인의 절반이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게 2024년 한국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조 이사가 교장으로 있는 대구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학력 인정 과정 졸업생을 배출했다.
조 이사는 “이후 고등학교 학력 인정 과정 진학이 정말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교육부로부터) 현행법에서는 일반 국민의 문화교육프로그램이 중학 학력까지만 지원되고 의무교육도 중학교까지만 있기 때문에 성인 장애인의 고등학교 진학 방안은 없다는, 너무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성토했다. (관련 기사: “고등학교에 꼭 가고 싶습니다”… 교육청 회의서 긴급행동 벌인 성인장애인들)
이에 전장야협 활동가들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자택 앞에서 밤샘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조 이사는 “교육부는 문 정부 때는 장애인평생교육법에 찬성한다고 했다가 윤 정부 되니 반대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집회 신고를 하니 교육부의 고위공무원이 찾아와 ‘교육부의 입장은 찬성’이라고 말했다. 정말 어이가 없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장애인평생교육법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보당의 전종덕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전현희·서미화 의원,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참석해 7대 장애인권리법안을 입법하고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