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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애인고용공단, 근로지원인 1:多 ‘실적’ 지시 논란... 노동부 “몰랐다” 회피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5-07-01   조회수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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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일부터 근로지원인 1명이 장애인 노동자를 최대 5명까지 지원하는 ‘1:5’ 매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장애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아래 공단)이 1:다(多) 매칭 ‘목표 실적’을 설정하고 수행기관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의 말단 직원들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수행기관마다 ‘1:다 매칭을 몇 케이스라도 해주셔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정작 노동부는 이를 “몰랐다”고 회피해 논란이 예상된다.

공단은 근로지원인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근로지원인 예산은 매해 신청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게 편성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3월에 모든 예산이 소진돼 신규 신청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 실질적 예산 확대 없이 1:다 ‘동시지원’ 확대만

근로지원인 예산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비마이너가 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 매해 고용노동부 기금운용계획 각목명세서, 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정리하면 10년간 근로지원인 예산은 다음과 같다.

근로지원인 제도를 신청한 장애인 노동자는 노동부 목표 인원보다 늘 많았다. 특히 2019년에는 예산이 2배 이상 늘며 사업이 확대됐다. 공단은 2018년 11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9년에는 2018년 시범 실시되던 발달장애인에 대한 근로지원인 지원”을 “전면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며, 예산을 확대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1:다 지원이 시작된 건 이때부터다. 예산을 신청자 수에 맞춰 편성하지 않고 동시지원을 확대한 것이다. 노동부는 2019년, ‘사업주 및 장애인 등에 대한 융자·지원규정’을 개정해 근로지원인 1명이 2명의 장애인 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게 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근로지원인 1명이 지원하는 노동자 수는 늘어갔다. 2021년엔 3명, 올해엔 5명까지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예산이 점차 는 것처럼 보이지만 1:다 지원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지원이 줄게 됐다.

공단이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3년(2022년~2025년 3월) 근로지원인 1:다 매칭 현황’ 자료에 따르면 1명이 2명 이상의 장애인 노동자를 동시지원하는 비율은 2022년 21.84%, 2023년 33.56%, 2024년 48.42%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5년(1월~3월)에는 50.17%에 달했다. 장애인 노동자 절반 이상이 동시지원 형태로 근로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 이미 피해 속출 중인 1:다 동시지원… 발달장애인 노동자는 해고되기도

1:다 매칭의 폐해는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근로지원인 1명이 장애인 노동자를 최대 2~4명까지 지원하는 ‘1:2~4’ 매칭 시에도 문제는 이미 심각했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김기백 씨(29세)는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인 피플퍼스트 성북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기백 씨는 근로지원인 제도를 신청했으나 1:2~3 동시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백 씨는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평소 문서 업무를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오타를 내거나 궁금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 근로지원인이 지원했다. 그런데 그가 다른 장애인 동료를 지원하러 가면 나는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기백 씨는 1:1로 지원받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1:1로 지원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1:5 동시지원에 우려를 표했다. 기백 씨는 “근로지원인 1사람의 지원을 장애인 노동자 5명이 나눠 쓴다는 건 장애인 노동자 1명에게 들어가야 할 에너지가 분산되는 거다. 장애인 노동자가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동시지원의 문제는 또 있다. 장애인 노동자가 외부로 출장을 가는 경우다. 한 근로지원인 제도 수행기관의 담당자 ㄱ 씨는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우리 기관에선 주로 1:2 매칭을 하고 있다. 장애인 노동자 1명이 출장을 가고, 다른 1명이 내근을 하면 근로지원인은 출장 가는 장애인 노동자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내근하는 장애인 노동자는 그날은 근로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ㄱ 씨는 또 “이 같은 문제를 공단에 호소하기도 어렵다.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동시지원을 받는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계약 성사가 좌초되는 경우도 있다. 이은자 씨(53세)는 사회적기업 에이블위(표준사업장)를 운영한다. 에이블위에는 중증 발달장애인 60여 명이 고용돼 있다. 이들은 주로 학교 등 건물 청소 업무를 한다. 청소 업무의 경우 1:1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1:다 동시지원일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은자 대표는 2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공단이 계속 ‘1:4를 한 케이스는 해주셔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청소 업무는 1:다가 안 맞는 업무다. 1:다 지원이라고 하면 학교 등은 계약을 안 하려고 한다. 장애인 노동자는 잘리게 되는 것”이라며 “청소 업무를 하는 발달장애인 노동자는 반드시 1:1 지원을 받아야 직업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데 공단은 1:다를 요구하니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 예산 바닥 나면 다른 기관서 당겨오는 식… ‘언 발에 오줌 누기’

이처럼 부족한 예산 때문에 장애인 노동자가 피해를 보는데, 노동부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예산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공단 지부·지사 간 예산을 조정해, 예산이 남는 곳에서 당겨와 부족한 곳에 쥐여주는 식으로 해결한다. 

예산 조기 소진을 해결할 대책도 없다. 공단이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단 서울지역본부, 서울남부지사 등 15개 지부·지사에서 무려 1월에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 서울북부지사 등 7곳은 2월에, 경기서부지사는 3월에 예산이 떨어졌다. 공단은 총 23개의 지부·지사를 두고 있는데, 올해 근로지원인 제도를 시작하자마자 3개월 만에 모든 지부·지사의 예산이 바닥난 것이다. 

예산 조기 소진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예산 확대 또는 추가 편성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서미화 의원실에 “1:다 동시지원 확대, 소속 기관 간 예산을 조정해 근로지원인 대기 해소 노력 중”이라 밝혔다.

이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미화 의원은 30일 “근로지원인 제도는 원칙적으로 ‘대인 지원 서비스’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구조와 같이 1:1 지원이 원칙이어야 한다”면서 “1:다 동시지원이 확대될수록, 서비스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용부와 공단은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최우선에 두고, 제도의 방향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 23개 지부·지사의 예산이 바닥났는데 이 와중에 ‘예산 불용액’까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서미화 의원실에 2022년 불용액은 6억 4천만 원, 23년은 24억 5천만 원이라고 밝혔다. 

안병태 공단 근로지원부 부장은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불용액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며 “불용액이 ‘일부’ 생긴 이유는 장애인 노동자가 휴가·병가를 낸다든지 출장을 가거나 결근하는 경우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근로지원인이 무급으로 처리될 수 있는데, 예산을 추계(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미루어 계산하는 것) 할 때 이러한 불특정 상황까지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기자가 올해 3월 초 발생한 ‘예산 소진’을 지적하자 안 부장은 예산 소진을 부정하기도 했다. 안 부장은 “예산 소진은 모든 돈을 다 써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아니”라며 “매달 필요한 금액을 추계하고 있고, 그 이상을 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예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예산 증액만으로는 동시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박수연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과장도 30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신규로 지원을 신청한 장애인을 새롭게 선정해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산이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예산 소진’은 아니”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예산이 부족해서 동시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며 “필요한 상황에서만 동시지원을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증장애인이 안정적·지속적으로 직업생활을 하도록 지원’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공단 지사별 1:다 동시지원 ‘실적’ 있다?”… 사실로 드러나

근로지원인 동시지원 제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여러 수행기관으로부터 유사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단 본부 및 지사별로 동시지원 목표 실적이 있다”는 것이다.

한 수행기관의 근로지원인 제도 담당자 ㄴ 씨는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공단 지사가 1:다 매칭을 따서 실적을 채워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사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수행기관에 1:다를 요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은자 에이블위 대표도 비슷한 얘길 했다. 이 대표는 “각 공단 지사에 1:다 매칭을 따오는 할당량을 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1:다 실적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사유는 언제나 ‘예산 부족’이었다. 다른 수행기관의 근로지원인 제도 담당자 ㄷ 씨 또한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공단은 근로지원인 제도의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1:다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말은 ㄴ 씨, 이은자 대표도 들었다고 한다.

비마이너가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공단 내부 문서와 27일 안병태 공단 근로지원부 부장과의 통화를 통해 ‘1대3 이상 동시지원 실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안병태 부장은 이에 대해 “사실”이라고 시인하며, “모든 지사에 동일하게 12%의 전환 실적 목표치가 부여돼 있다”고 밝혔다.

박수연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과장은 30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몰랐다”, “지금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단이 추진한 ‘1:다 실적 채우기’ 정책을 노동부가 “알지 못했다”고 밝힌 것은 근로지원인 제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부재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부는 지난달 20일, 비마이너에 “근로지원인 동시지원은 장애인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1:다 실적 채우기’ 정책이 사실로 밝혀지며 사실상 강제성을 띤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지원인 제도 수행기관 담당자 ㄹ 씨는 “이처럼 동시지원 실적 목표를 설정하는 건 지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이다. 결국 수행기관 간 경쟁으로까지 번지게 만든다. 공단에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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