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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내려 “장애인 차별공화국” 오체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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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5-04 조회수 : 14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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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다음날인 3일 AM 8:00. “추경호 후보자의 답변은 저희가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에 약속어음 한 개 발행했을 뿐입니다. 어음이 현금 지급될 때까지….”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충무로역 방향 7-1) 앞에 8개의 깡통이 놓였다. ‘장애인 권리 빈 깡통이 아니다’, ‘장애인권리 예산으로 보장하라’,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장애인이동권 보장하라’, ‘국회는 응답하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입장을 간단히 정리했다. 전장연이 요구했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권리 4대 법률 제·개정 중 단 한 가지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약속어음 한 개 발행. 그뿐이라고 했다. 추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질의에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고 지원을 위해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면,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한 국고 지원은 ‘고민해보겠다’는 말로 사실상 거부했다. “검토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하다. 21년 동안 검토했기 때문에 더는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박 상임공동대표는 선을 그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5월 내년도 예산 수립 시 자체 기준 즉 실링(Ceiling) 내 장애인권리예산을 포함해달라는 요구에도 ‘묵묵’. 전장연은 5월 중 기재부의 실링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멈추기로 했다. 대신, 기어서 지하철을 탑승하는 ‘오체투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입장 발표에 앞서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허종 활동가와 고양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명호 소장이 25일차 삭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기어서 지하철 타는 시간이 잠깐 지체되더라도, 장애인이 길 수 있는 공간과 잠깐의 시간은 허락해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AM 8:57.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기어서라도 부탁하고 싶어서 이렇게 탔습니다.” 동대입구역으로 향하는 승강장 앞에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활동가 3명의 도움을 받아 수동휠체어에서 내려왔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 없이 터졌다. 잠시 숨을 고른 박 상임공동대표는 승강장에 도착한 열차에 힘겹게 몸을 실었다. 활동가들뿐 아니라, 많은 취재진이 몰리는 상황 속 열차 시간이 잠깐 지연됐다. 경찰과의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놀란 시민들의 눈이 한 곳으로 향했다. ‘장애인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깡통을 든 박 상임공동대표는 “사람이 많이 타서 지체된 것이니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조금씩 쏟아냈다. “21년째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를 이야기하고 있고, 법에 명시된 장애인들의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기를 촉구하고 지금까지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100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0이라도 되길 원하는 겁니다.”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는데, 왜 권력들은 지키지 않습니까?” 지체장애인 A씨는 이곳 동대입구역에서 하차하려다가 오른쪽 다리가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 틈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해당 칸에 있던 승객 30여명이 10여분간의 사투를 벌인 끝에 다리를 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달라’, 굳이 기어서 5정거장 떨어진 동대입구역으로 온 이유였다. 그새 하나로 꽉 묶은 머리는 풀어져 산발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장애인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깡통을 움켜쥐었다. ‘장애인권리예산 쟁취!’가 쓰인 띠를 머리에 두른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목장갑을 낀 이 회장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이를 악물고 바닥을 기었다. 그리고 다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경복궁역으로 돌아갔다. 역시 바닥을 기어 반대편 승강장으로 넘어와 전동차를 타는 같은 방식이었다. ‘헉헉’ 거친 숨을 내뱉던 박 상임공동대표는 힘겨운 듯 몸을 떨기도 했다. 이내 다시 외쳤다. “장애인도 국민이다.”, “장애인은 천민이 아니다.”,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지만, 대한민국은 장애인 차별공화국이다.” AM 10:00. “기어서 타는 방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식” 2시간 전 기자회견을 열었던 경복궁역 승강장(충무로역 방향 7-1) 앞에서 다시 모였다. ‘장애인탈시설 예산 6224억으로 보장하라’, ‘대한민국은 기획재정부 나라가 아니다’,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비 5:5로 국비 지방비 반영하라’ 피켓도 더 높이 들었다. “기어서 타다 보니 시간이 조금 늦어졌지만 늦어지는 시간과 공간을 너그럽게 허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다시금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기존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연착 투쟁과 인원도, 시간도 다르다며 “의도적인 지체로 보도하지 말라. 우리가 기는 것들에 대한 진심을 알려달라”고 언론들에도 당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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