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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투쟁, 살갗 찢어지고 연행돼도 “평등 열차 타겠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03-27   조회수 :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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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간의 제19회 3·26 전국장애인대회가 마무리됐다. 23일 출범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은 서울시 중구 시청역과 시청 동편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시청역 지하 환승통로에서 노숙농성한 1천여 명의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는 24일 오전 8시에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오전 10시에는 야외무대에서 마무리 결의대회를 열고 1박 2일간의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 기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폭력은 극에 달했다. 23일 오후에는 활동가 두 명이 공사 직원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살갗이 찢어져 피를 흘리다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24일 오전에는 발달장애인 활동가 한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420공투단은 “우리를 더 싫어해도 된다. 그래도 우리는 평등 열차에 탑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호경 영상활동가의 목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다(좌측 상단). 이정한 한자협 활동가가 손가락이 찢어져 구급차에 탑승했다(좌측 하단). 이 활동가의 손에서 피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우측). 사진 서울장차연, 서울시협의회
- 공사 폭력에 피 흘린 활동가들… 경찰은 활동가만 연행

이번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연달아 보도자료를 내며, 지하철 시위에 엄중 대응할 것을 밝혔다. 엄중 대응 경고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23일 오후 3시경, 활동가들은 시청역 지하에 농성천막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극렬하게 반대하며, 농성장 설치를 강경하게 저지했다. 이 탓에 철제 뼈대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졌다.

활동가들은 부러진 뼈대를 정리하려 했다. 농성장을 다시 설치하는 줄 오해한 공사 직원은 부러진 뼈대가 날카로워 위험한데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이 과정 중 장호경 영상활동가의 오른쪽 목 피부가 10cm가량 찢어졌다. 장호경 영상활동가는 “피부가 찢어져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인데도 공사 직원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도 손가락이 찢어졌다. 뼈대에 옷자락이 걸려 빼던 도중 공사 직원이 뼈대를 무리하게 낚아채는 바람에 상처를 입게 됐다. 이 활동가는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가 찢어진 피부를 꿰매야 했다. 활동가들은 공사 측으로부터 치료비 지급이나 책임 인정 등 대책을 전달받은 건 없다고 전했다.


시청역 승강장 벽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스티커 수십 장이 붙어 있다. 함께 붙어 있는 현수막에는 “전장연은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서울시 ‘전장연 죽이기’ 표적조사 중단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24일 오전에는 발달장애인 활동가 한 명이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420공투단은 8시부터 시청역, 종각역, 종로3가역 등 세 개 역사로 흩어져 선전전을 진행했다. 발달장애인인 김석수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종각역 승강장에 권리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공사 직원이 이를 거칠게 진압하자, 김 활동가는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 중 공사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오전 8시 40분경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수리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비마이너에 “석수 씨는 계속 ‘모자 쓴 여자, (공사 직원이) 밀었어, 내가 봤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공사 직원이 먼저 여성 활동가를 진압해 넘어뜨렸고, 이를 보고 화가 나 공사 직원에게 저항했다는 뜻이다”라고 전했다.

경찰 조사에 동행한 수리야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종로서에서 “발달장애인 수사 관련 1회 교육을 받은 경찰”이 수사했다고 한다. 해당 경찰은 김석수 활동가에게 ‘제복 입은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걸 알고 있나요?’, ‘스티커를 붙이지 말라고 하니까 화가 나서 때린 건가요?’ 등 대답이 정해진 질문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리야 집행위원장은 “석수 씨가 공사 직원의 폭력을 증언했는데 경찰이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해당 경찰관이) 발달장애인 전담사법경찰관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로서에 발달장애인 전담사법경찰관을 두고 있는지 질의했으나 종로서는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답변을 거절했다. 자신을 “강희민”이라고 소개한 종로서 직원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저희 과장님이 답변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답변해 줄 수 있는 담당자는) 모른다. 어떤 답변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대응했다.

발달장애인 전담조사제는 발달장애인법 13조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로서, 각 경찰서는 전문 교육을 받은 전담사법경찰관을 두고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조사 또는 심문해야 한다. 그러나 종로서에 이 같은 전담사법경찰관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경찰과 공사 직원은 수많은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했다. 이번 대회 기간에 인권침해감시단으로 함께한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변호사는 결의대회에서 폭력 진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박한희 민변 변호사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 변호사는 “경찰과 공사는 장애인이 불법 시위를 해서 지하철을 혼잡하게 한다고 한다. 지하철을 혼잡하게 만든 건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지 않은 서울시와 정부다. 또한 경찰과 공사는 역사 안에서 연설하고 고성방가하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경고방송을 한다. 현장에서 음량이 가장 큰 소리는 경고방송 소리였다. 장애인은 권리보장을 얘기하는데, 거기다 대고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철도안전법을 들이밀었다. 그게 고성방가이며 폭언”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민변은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필요한 대응이 어떤 게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당한 형사고소, 공사가 전장연에 청구한 손해배상과 더불어 집회 현장에서 일어난 경찰과 공사의 폭력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결의대회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 지하철 탑승 시위 유보… 2024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위한 투쟁 지속

1박 2일간 갖은 수모를 겪어야 했던 대회였지만, 420공투단은 “평등 열차에 타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애인권리열차를 역주행하고 있다. 탈시설을 억압하고 장애인을 돈 잡아먹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검찰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경찰 방패는 더 두꺼워졌다. 거대 양당은 정쟁을 일삼느라 장애권리예산을 내팽개쳤고, 재벌 대기업 부자에게는 7조 원 감세 혜택을 줬다. 이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강국이라는 한국의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권 대표는 “1박 2일간 몸도 마음도 많이 다쳤을 텐데 다들 너무 고생이 많았다. 휠체어 탔지만 우리도 인간이고, 시민이고, 국민이다. 1박 2일 투쟁 선포를 시작으로, 2024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위해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까지 열심히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전장연 표적조사를 일삼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오 시장이 인권과 차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이득 때문에 차별을 일삼는 것 같다. 이득을 얻고자 시장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리고 차별에 편승한 것이다. 너무나 부끄럽다”고 성토했다.

또한 “오 시장은 ‘전장연 때리기’로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볼품없고 나쁜 행위다. 또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벌 대기업에 퍼주는 7조 원이 있다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1조 3천억 원을 예산에 반영하라”라고 촉구했다.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탈시설 왜곡을 일삼는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을 향해 “우리를 시설에 보내지 말아라.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 자꾸 그런다면,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나 똑똑히 보길 바란다”라고 하기도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오 시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과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장애인거주시설을 선택권의 범주 안에 넣고 있다. 유엔협약을 단순한 권고쯤으로 아는, 장애인에 대한 이 엄청난 차별을 목도하고 있다”며 “1박 2일간 우리가 겪은 수모와 오 시장이 한 말을 꼭 기억하자. 투쟁을 통해 반드시 심판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강경하게 투쟁하는) 우리를 더 싫어하고 엄단해도 된다. 그래도 평등 열차에 타기 위한 우리의 강고한 투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 중이다. 그의 등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권리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전장연은 4월 7일까지 시청역 천막농성을 유보하고, 4월 20일까지는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한 4호선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한다. 4월 7일에는 김상한 실장과 ‘서울시 추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일제조사’에 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면담도 곧 진행된다. 전장연은 한 총리와의 면담에서 2024년 장애인권리예산, 그중에서도 이동권 예산을 기재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할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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