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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부산 지하철서 시위, 경찰 폭력에 중증장애인 119 후송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06-15   조회수 :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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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역을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막아섰다. 일부 시민들이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이런 건 국회 가서 떠들어!” 생소한 풍경에 부산 시민들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거나 흥미로운 표정으로 핸드폰에 현장을 담는다.

“장애인도 대한민국 시민으로 함께 살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싶습니다.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받고 싶습니다. 시민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쏟아지는 욕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로 시작하는 역내 방송을 뚫고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마이크를 쥐고 소리쳤다.

14일 오후, 장애인 활동가들이 부산 지하철 연착 투쟁을 하며 부산시에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부산시 지하철 투쟁은 처음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은 2시 경상남도 양산역(부산지하철 2호선)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2시 40분 지하철에 승차했다. 서면역을 경유해 약 세 시간에 걸쳐 부산시청역(부산지하철 1호선)에 도착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장애인 활동가들은 시민들에게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함께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부산시청역에 도착한 이들은 대표단의 부산시 면담 결과를 기다리며 대합실에서 쉬다가 결의대회를 하러 승강장에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방패로 엘리베이터 이용을 막아서면서 상황은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를 휠체어에서 강제로 분리해 연행하려고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이 대표의 팔과 다리를 잡고 휠체어에서 몸을 떼어내어 개찰구 밖으로 옮겼다고 한다. 평소 허리와 목이 좋지 않은 이 대표는 경찰 폭력에 지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다가 결국 119에 후송됐다.

- 국토부 ‘장콜 운전원 인건비 지원’ 시행령에서 돌연 삭제

경남도와 부산시는 인접한 도시지만 휠체어 이용자는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시군 경계를 넘나들며 이동할 수 없다.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 시외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이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차량과 운전원 부족으로 이조차 여의찮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경남도는 특별교통수단 보급률 107.3%로 전국에서 경기도와 함께 법정대수를 채운 유일한 도시다. 하지만 이 모든 차량이 24시간을 운행하진 않는다. 운전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8개 시와 10개 군으로 이뤄져 있다. 8개 시는 모두 특별교통수단을 24시간 운행하나, 군 단위에서는 두 곳(창녕군, 고성군)을 제외하곤 야간운행을 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밤에 돌아다닐 수 없는 것이다.

부산시는 법정대수조차 채우지 못했다. 법정대수 319대 중 206대(64.6%)만 도입했다. 부산은 24시간 운행하나, 시외 이동은 김해, 양산, 창원까지만 가능하다.

지금 있는 차량조차 운전원이 없어 운행되지 않으니 운전원 인건비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국가와 도가 이동지원센터와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설치·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법이 오는 7월 시행됨에 따라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한 것이다.

당시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 제14조의2를 보면, 국토부 장관 또는 도지사가 특별교통수단 차량 도입과 유지관리비, 운전원 인건비, 예약·배차시스템 운영비, 이동지원센터와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설치비 등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최근 공포된 시행령에서는 ‘운전원 인건비’가 삭제됐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하루 24시간 운행, 광역운행을 안정화하기 위해 차량 운행시간을 최소 16시간 이상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량 한 대 당 두 명의 인건비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국토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시행령에서 삭제했다”고 규탄했다.

한편, 경남도와 부산시는 저상버스 보급률도 형편없다. 경남도는 시내버스 1739대 중 저상버스는 439대(25.2%)에 불과하다. 시내버스 노선은 629개나 되지만 이중 저상버스가 다니는 노선은 210개로 33.4%에 그친다.

부산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내버스 2517대 중 저상버스는 728대(28.9%)이며, 마을버스에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다. 부산시 시내버스 130개 노선 중 저상버스가 운행 중인 노선은 73개(56.2%)뿐이다.

- “이만큼 차별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조효영 김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날 지하철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김해에서 왔다. 조 소장은 “우리(휠체어 이용 장애인)가 탈 수 있는 버스는 시내버스밖에 없다. 김해에서 오려면 장콜(장애인콜택시)을 타야 하는데 부른다고 바로 오지 않는다. 오늘 이곳에 오기 위해 아침 7시에 일어나자마자 콜을 불렀는데도 대기가 50명이었다. 10시에야 잡혔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비장애인은 아무 차나 타고 아무 데나 갈 수 있지만 우리는 22년을 외쳐도 그 자리다. 비장애인들은 지하철 투쟁을 하는 우릴 보고 ‘왜 길을 막냐’고 하는데 우리도 출근하고 싶고 친구 만나고 싶다. 50년 동안 이렇게 살았다. 어떻게 더 기다릴 수가 있나”라고 갑갑함을 토했다.

김상섭 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장콜 법정대수 채우면 뭐 하냐. 운전원이 없어 일부만 운행한다. 호출하면 서너 시간 기다려야 한다”면서 “저상버스 만들어 놓고 왜 장애인들 안 타냐고 하는데, 저상버스 도입률이 25%다. 언제 올지 모른다. 이제부터 버스 25%만 운행한다고 하면 비장애인들은 난리 날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동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공무원들과 시민은 우리에게 ‘지금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정도 차별했으면, 이만큼 차별했으면 이젠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활동 시작한 지 두 달 됐는데 이 사회가 너무 답답하다. 22년 동안 외쳐온 분들은 얼마나 갑갑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에 부산시, 확답 피한 채 ‘검토하겠다’

이날 전장연은 부산시와의 면담에서 △특별교통수단 차량 1대당 하루 운행시간 16시간 보장(8시간 근무 기준 운전원 2인 배치)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2024년까지 100% 보장 △바우처 택시 활성화와 ‘이동지원서비스 차별시정기구’ 등 도입 △장애인 단체이동 지원을 위한 부산장애인버스 도입을 요구했다.

이에 부산시는 모두 ‘검토하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우선 7월부터 야간운행 차량을 1대 이상 증차하겠다고 했으나, 그 이상의 증차는 이후 모니터링하며 지켜보겠다고 했다. 차량 1대당 16시간 운행에 대한 필요성에도 공감은 했으나, 정작 예산에 대해선 약속하지 않았다. 올해 필요한 예산은 추경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며, 내년도 예산 반영에 대해서는 8월 중에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부산시에는 도로 경사 등을 이유로 시내버스 노선 14%가 ‘저상버스 예외 노선’으로 선정됐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전장연,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한 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예외노선에 다니는 버스는 9년마다 대·폐차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장애인 단체이동을 위한 부산장애인버스 도입,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게 이동의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바우처택시 운영 확대는 8월 중에 협의하기로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부산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이날 면담 결과를 공유하며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부산시에서 경남까지 이동할 수 있어야 광역이동 문제가 해결된다. 이것이 해결된다는 것은 장콜 광역이동이 시작된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장애인이 이동하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좋아졌다는 것은 비장애인의 시각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어떤 지역은 여전히 1주일 전에 장콜을 예약해야 한다. 이번엔 한 치도 물러서지 말고 비장애인만 누리는 시민권을 쟁취해서 장애인도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자”고 외쳤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16일, 국무총리실은 국토부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면서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이동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차량 1대당 운행시간 16시간을 예산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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