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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국민연금공단 농성 투쟁 중…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5-04-11   조회수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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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9일 오전 10시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아래 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1층 로비를 기습 점거해 무기한 농성 투쟁 중이다.

전장연은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을 결정하는 ‘서비스지원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가 장애인의 삶을 ‘조각’내고 있다며, 이를 즉각 폐기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여주기식 제도 개선이 아닌 ‘장애등급제를 진짜 폐지’할 것을 주장하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이 농성에 돌입한 것은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해 일상을 위협받고 있는 두 명의 중증장애인의 현실 때문이다. 두 장애인의 삶으로부터 시작된 싸움이지만, 이는 단지 두 사람만이 아닌 모두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다.


10일 오후, 장애인들이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종로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중증장애인 조선동

뇌병변중증장애인 조선동(51세) 씨는 2002년에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에 입학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장애가 급격하게 심해져 그의 가족은 그를 가평 꽃동네로 보내기로 한다. 조 씨는 그렇게 14년 동안 시설에 거주했다. 그는 애초에 시설에 들어가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았다.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지속적으로 꿈꿔왔다.

그런 그의 의지를 외면할 수 없었던 노들야학 교사들은 그의 탈시설을 지원하기로 한다. 마침내 2022년, 조 씨는 시설에서 나와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체험홈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꿈꾸던 완전한 자립은 아니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중에서도 종로구에 살고 싶었다. 조 씨는 무작정 서울로 가기로 결심한다. 올해 3월 6일까지 김포에서 살던 그는 7일 체험홈에 있던 모든 짐을 빼고 무작정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거주할 집이 없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김포에선 하루 24시간 받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서울에서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월 892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가 주어져야 한다. 조 씨가 김포에 살던 시절에는 월 912시간(보건복지부 420시간, 경기도 472시간, 김포시 2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그가 살고 싶은 서울시 종로구에서는 최대 받을 수 있는 지자체 시간(서울시 350시간, 종로구 100시간)을 모두 받아내도 보건복지부에서 420시간밖에 주지 않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활동지원 시간은 종합조사표에 따른 공단의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종합조사표는 혼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지, 밥은 먹을 수 있는지, 대중교통 이용은 가능한지, 인지적 장애가 있는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사’를 하는 표이다. 장애인은 각 항목별 점수를 합산하여 1~15구간 중 하나를 받게 된다. 몇 구간에 속하는지에 따라 한 달간 이용할 수 있는 활동지원 시간이 정해진다.

가장 높은 1구간은 월 480시간(하루 16시간), 가장 낮은 15구간은 월 60시간(하루 2시간)의 이용 시간을 받게 된다. 각 구간은 월 30시간씩 차이 난다. 조 씨가 제공받은 월 420시간 즉, 15개 구간 중 3구간이라는 결과는 조 씨에게 최대한의 활동지원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지난 3월 서울로 올라온 뒤 등급 변경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또다시 3구간에 그쳤다. 그로 인해 하루를 온전히 지원받지 못하는 일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 중증장애인임에도 하루 4시간밖에 활동지원 받지 못하는 유정윤

충분한 활동지원시간을 받지 못하는 또 한 명의 뇌병변중증장애인 유정윤(58세) 씨가 있다. 유 씨는 지난해 3월 활동지원 등급 심사를 받았지만 당시 ‘구간 외 등급’을 받았다. 구간 외 등급이란 활동지원급여의 최소 구간인 15구간에 해당하는 점수도 받지 못했을 때를 의미한다.

그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장애와 청각장애가 있는 유 씨를 직접 조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공단은 그의 어머니에게, 그것도 비대면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부적합’ 판정. 공단의 부실조사로 인해 그는 활동지원수급자가 될 수 없었다.

노들야학 교사들에 따르면 휠체어 없이도 보행이 가능했던 유 씨의 장애가 그즈음부터 심해졌다고 한다. 넘어지는 일이 급격하게 자주 발생했고 그로 인해 크게 다쳐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혼자 휠체어를 타고 가다 길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있다가 발견된 적도 있다.

이처럼 심해진 장애로 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낀 유 씨는 결국 자부담으로 활동지원사를 구하게 된다. 활동지원서비스만으로 월 150~200만 원씩 지출해야 했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본인부담금 상한액은 2024년 기준 20만 2백 원이었다.

유 씨는 올해 다시 활동지원서비스 수급 신청을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3구간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제공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120시간, 즉 하루 4시간 뿐이다. 뇌병변중증장애인인 유 씨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조선동과 유정윤은 왜 원하는 만큼,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걸까.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새롭게 시행된 종합조사에 있다.

- 종합조사표로 둔갑한 장애등급제… 6년 지나도 같은 구호 외치는 장애인들

2019년 7월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 1호’였던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행됐다. 보건복지부는 대신 종합조사를 도입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종합조사표는 오히려 의학적 기능제한 평가 비중이 더 높아졌고,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도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당시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종합조사표가 아니라 ‘종합조작표’”라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지만, 종합조사의 기만성은 그대로다. 장애등급제가 유지되던 당시의 판정체계보다 더욱 엄격하게 기능적 손상을 측정하며 점수로 수치화하고 있다. 여전히 중증장애인은 높은 종합점수를 득점하기 위해 자신의 ‘무능’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최대치인 월 480시간(하루 16시간)을 받기 위해선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지마비장애에 정신장애가 있는 최중증장애인이 혼자 살면서 사회생활까지 해야 이 시간을 겨우 받을 수 있다. 2024년 6월 기준으로, 월 480시간을 받는 사람은 전국에 46명뿐이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인원(155,329명)의 0.0%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주는 활동지원시간이 하루 최대 16시간에 그치니, 나머지 부족분은 지자체에서 각자 알아서 메꾸고 있다. 이는 지자체 재정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크다. 김포에서는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받다가 서울에 오니 24시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동 씨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이다.

유정윤 씨의 사례처럼 비대면 조사나 대리 조사 등 공단이 부실하게 심사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조사원마다 심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0년 4월, 공단 본사에서는 ‘조사원의 주관적 판단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활동지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현장 조사원에 따라 활동지원시간 ‘줄었다 늘었다’ 제멋대로)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지 6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장애계는 폐지 전이나 후나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을 보장하라.” 조선동과 유정윤은 이 당연한 구호를 외치며 생존권 투쟁 중이다.

공단에 모인 장애인들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적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 친구 정윤과 선동이 필요한 만큼의 활동지원 받으며 우리랑 함께 살게 해라!”

“활동지원 많이 있으면 좋지! 밤에도 산책하고, 주말에도 친구 만나면 엄청 좋지! 근데 왜 복지부는 안 줘요?”

“나는 못하는 거보다 잘하는 게 많다!”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목숨이다.”

전장연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공단에서 무기한 농성할 것임을 밝혔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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