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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다시 찾은 전장연, “청와대 이전보다 장애인권리예산 먼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3-23   조회수 :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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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당선 열흘 만에 “1696억 원 들여 대통령 집무실 옮기겠다”
21년 장애인 외침은 무시하더니…
전장연 “23일까지 약속 없으면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재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2일 오전 9시, 서울시 종로구 인수위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는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위한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고 말했다. 사진 이슬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2일 오전 9시, 서울시 종로구 인수위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는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위한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고 말했다. 사진 이슬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를 다시 찾았다. 지난 14일 첫 방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이후 두 번째다.

이들이 인수위를 찾은 건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장연은 윤석열 당선자의 후보 시절부터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윤 당선자는 줄곧 외면했다. 한편 최근 윤 당선자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에도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전장연은 22일 오전 9시, 서울시 종로구 인수위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는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위한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고 말했다.

경찰 앞에 쳐진 바리케이드에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종이에는 “청와대 용산 이전보다 장애인권리예산 먼저 보장”, “21년의 외침 장애인 이동권 더 이상 검토 NO! 용산 이전보다 먼저 결단”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이슬하
경찰 앞에 쳐진 바리케이드에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종이에는 “청와대 용산 이전보다 장애인권리예산 먼저 보장”, “21년의 외침 장애인 이동권 더 이상 검토 NO! 용산 이전보다 먼저 결단”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이슬하

- 당선 열흘 만에 ‘초스피드’ 용산 이전, 21년째 해결 안 된 ‘초슬로’ 장애인권리예산

지난해 12월 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학로에서 유세를 펼쳤다. 전장연은 유세현장을 찾아 윤 후보를 만났고,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내용이 담긴 정책요구안을 윤 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 자리에는 이제 여당 대표가 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장애인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전장연은 당시 주요 후보 4명을 향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TV 토론회에서 약속하라고 요구하며 지하철 타기 투쟁을 진행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만이 토론회에서 장애인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두 후보는 함께 인수위에서 새 정부를 꾸리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권 외면’은 당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인수위 출범 첫날이던 지난 14일 전장연은 인수위를 찾아갔으나, 정문 100m 밖에서부터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경찰에 막혀 전달하지 못한 요구안을 찢고 당선 축하난을 바닥에 던져 부쉈다.

이렇듯 장애인권리예산에는 줄곧 무관심하던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임기 첫날인 5월 10일부터 용산의 국방부 청사에서 업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시일이 촉박해 무리한 계획이라는 등 우려를 표했지만, 윤 당선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당선자가) 이렇게 결단력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장애인권리예산에는 왜 이렇게 우유부단한가? 용산 이전 결정은 이렇게 ‘초스피드’로 하는데, 21년 동안 외친 장애인 권리보장은 왜 이렇게 느린가?”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는 당연히 세금이 든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 이전에 496억 원이 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합동참모본부 연쇄 이전 비용으로 120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실토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2주도 안 돼 집무실 이전에만 1696억 원을 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하철 투쟁할 때 시민의 욕설과 혐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2일) 이 자리에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도 무수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너희(장애인들) 복지 다 잘돼 있는데 왜 이러냐. 너희가 세금 다 낭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를 이전하는 비용도 세금이고 장애인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세금입니다.

우리(장애인들)가 윤 당선자에게 얘기하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십시오. 비장애인보다 더 잘 살게 하라는 거 아닙니다. 비장애인처럼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겁니다. 우리가 왜 욕먹어야 합니까? 우리가 왜 세금 축내는 나쁜 인간입니까? 당선자의 답변 받으러 이 자리에 또 왔습니다. 반드시 약속하십시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지금까지 장애인권리예산은 기획재정부 앞에서 막혔다. 끈질긴 투쟁 끝에 장애인권 보장을 담은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돼도 기재부가 예산 편성을 반대해, 장애인권 보장이 축소된 제·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요지부동인 기재부를 움직이기 위해 인수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제는 새로운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재부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고 준엄하게 명령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지난 14일과 마찬가지로 인수위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다. 경찰은 벽과 바리케이드로 전장연의 통행을 막았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까지 옮기는 행보와는 상충하는 대목이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인수위 관계자가 나타났다. 전장연은 지난번에 전달하지 못한 당선 축하난과 요구안을 전달했다. 박경석 대표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용산 이전보다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이 먼저라고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타기’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차기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23일까지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약속이 없으면 24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인수위가 23일까지 약속하지 않으면 전장연은 다음 날인 24일부터 경복궁역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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