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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는 탈시설이 뭔지도 몰라” 장애인 천 명, 인수위 규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3-25   조회수 :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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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윤석열 당선자, 후보 때 천주교 탈시설 반대에 ‘동의’ 표명
장애계 “인수위 약속할 때까지 투쟁할 것”
420공투단 출범, 노동절까지 전국 투쟁 진행

청와대 앞에 활동가 천 명이 집결해 전국장애인대회를 진행했다. 사진 하민지
청와대 앞에 활동가 천 명이 집결해 전국장애인대회를 진행했다. 사진 하민지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활동가들 천여 명이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앞에 집결해 ‘전국장애인대회’를 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를 규탄했다. 이들은 대회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 출범을 알리며 5월 1일 노동절까지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전국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인수위는 23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수립을 약속하라는 장애계 요구를 무시했다. 이에 장애계는 24일 아침 8시,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23차)를 진행하며, 인수위가 약속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권을 외면한 인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큰 기대가 없다. 그렇다고 더는 물러설 수도 없다”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앞두고 가열차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서 수어통역사가 통역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창준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서 수어통역사가 통역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김용섭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김용섭 강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윤석열, 탈시설 반대하는 천주교 입장에 동의… 장애계 “윤석열이가 뭘 아나”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1월 1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며 탈시설에 무지한 모습을 보였다. 한 기자가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을 언급하며 “반대 목소리도 있다. 후보 입장은 어떤가”라고 질의하자 직접 답변하지 않고 캠프 내 다른 인사가 답변하게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탈시설에 반대하는 천주교 입장에는 동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평화신문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아래 천주교)는 지난달 15일,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13개 사안, 60개 문항의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이중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는 ‘주거시설 다양화로 탈시설로드맵 재개정 필요성’을 질문했다.

‘주거시설 다양화’는 천주교가 밝힌 ‘시설 다양화’인 것으로 추측된다. 천주교는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기존 시설이 보다 좋은 시설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다양한 종류의 시설이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방향으로 탈시설로드맵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설 다양화’를 골자로 탈시설로드맵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천주교 입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체로 반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적극적 반대를 표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이라고 적힌 몸피켓을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 하민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이라고 적힌 몸피켓을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 하민지 

윤석열 당선자만 유일하게 ‘대체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자는 ‘단순한 탈시설 정책이 아닌 주거시설의 다양화와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의 큰 우산 하에서 장애인의 돌봄과 삶의 질 증진’을 ‘도모’하겠다고 답변했다.

탈시설 운동의 초석이라 불리는 2009년 ‘마로니에 8인 투쟁’ 중 1명인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준) 위원장은 윤 당선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많은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며 산다. 그런데 윤석열이는 탈시설이 뭐 하는 건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탈시설 공약을 발표한 적도 없다”며 “지금 이 자리에도 탈시설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석해 함께 투쟁하고 있다. 시설에 사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 우리처럼 살 수 있게 열심히 투쟁하자”고 말했다.

문석열 동료지원가가 전국장애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문석열 동료지원가가 전국장애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문석열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는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가족이 시설로 보냈다. 27살이 되던 2017년에 탈시설해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문 동료지원가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요구한다. 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왜 장애인은 무조건 시설에 맡겨져야 하나. 태어나자마자 시설에 보내졌다는 건 큰 상처다. 다른 장애인이 나 같은 상처를 받지 않고 살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한 “시설을 닫는 것만큼 우리(장애인)가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설에 맡겨지는 장애인이 없어야 한다”며 ‘시설 신규 입소 금지’ 정책을 요구했다.

권달주 대표가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권달주 대표가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안 하면 기재부 박살낼 것”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에 관한 기획재정부의 묵묵부답이 심각한 상황이다. 장애계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매일 아침 8시에 기재부를 규탄하는 혜화역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인수위 약속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24일까지 23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기재부도, 새 정부에서 기재부를 이끌어갈 인수위도 입을 꾹 닫은 채 외면만 하고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오늘 23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시민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 기재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한다면 어떤 욕을 먹은들 상관없다”며 “우리는 장애인권리를 외면하는 기재부를 박살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이동하지 못 하고, 취직하지 못 하고, 교육받지 못 하는 삶이 장애인이라 어쩔 수 없는 줄 알고 살아왔지만 이젠 아니다. 장애인에게도 당당한 권리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아는 만큼 당당하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실효성 없는 공약을 발표한 윤석열 정부에 큰 기대가 없다. 그렇다고 더는 물러설 수도, 기다릴 수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무서울 게 없다. 인수위는 장애인권리예산을 계속 외면하지만, 예산 없는 정책과 법은 없다. 예산이 보장되지 않으면 권리도 없다”며 “두 눈 부릅뜨고 윤석열 정부를 감시하자. 누가 대신 찾아주지 않는 우리의 권리를 함께 만들어나가자. 그것만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인 활동가 50여 명은 오후 2시 40분경부터 6시까지 장애인 권리 관련한 4개의 민생법안 제·개정과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였다. 장애인 권리와 관련한 민생법안 4개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특수교육법이다. 현재 이들은 374일째(24일 기준) 국회 앞 이룸센터에서 4개의 민생법안 제·개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420공투단은 인수위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을 거듭 요구하며 오늘밤 충무로역에서 1박 노숙농성을 진행한다. 이들은 25일 오전 7시 3호선에서 24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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