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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양천향교역 사망, 서울시에 사과 촉구”… 서울시는 ‘유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4-12   조회수 :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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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향교역 참사는 서울시 안전대책 소홀로 인한 인재”
장애인들, 서울시 사과 요구하며 2호선 타기 선전전 진행
휠체어 이용자 30여 명인데 이동식 발판은 서너 개뿐
서울시, 이번에도 ‘사과’ 말고 “유감” 표명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스쿠터 앞에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추락 참사, 서울시는 사과하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적힌 피켓을 걸었다. 사진 하민지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스쿠터 앞에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추락 참사, 서울시는 사과하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적힌 피켓을 걸었다.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이 11일 오후 2시 20분, 시청역 환승통로 농성장 앞에서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 추락 참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서울시를 규탄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오후 3시 1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2호선 시청역과 충무로역을 왔다갔다 하며 지하철을 타고 내렸다.

전장연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개인의 잘못이 아닌 서울시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11일 오전까지 서울시의 사과가 없으면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청역 환승통로에 설치된 농성장. 오른쪽에는 양천향교역 참사에 대한 서울시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 양천향교역 참사는 개인 과실 아닌 ‘인재’

지난 7일 낮 12시 50분경,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던 지체장애인 염아무개 씨(58세)가 개찰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뒤로 넘어져 추락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차단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스쿠터 진입이 가능했다. 염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염 씨는 구직을 위한 면접을 보고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에스컬레이터에서 25m 거리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정상 가동 중이었다. 경찰은 염 씨가 엘리베이터가 아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앞 차단봉 설치는 현재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행정안전부 고시 ‘승강기안전부품 안전기준 및 승강기 안전기준’의 ‘에스컬레이터 안전기준’에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주변에서 쇼핑 카트 및 수하물 카트를 사용할 수 있고 카트를 에스컬레이터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경우, 접근을 막기 위한 적절한 진입방지대(차단봉)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투데이는 8일 보도에서 “관련 기준에 ‘카트’는 명시돼 있지만 휠체어, 유모차 등”은 명시되지 않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 차단봉 설치가 ‘의무’가 아닌 ‘권고’에 머물러 왔다고 설명한다.

평소 휠체어 이용자들은 엘레베이터가 없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혹은 노인 등 다른 교통약자의 이용으로 엘리베이터 이용이 어려운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에스컬레이터를 종종 이용해왔다. 그로 인해 실제 2006년에는 대구지하철 2호선 범어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채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65세 양아무개 씨가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2011년 7월에는 70대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대전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다 추락해 사망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양천항교역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서울시를 규탄했다. 박 대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이 떨어져 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가 관할하는 대부분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는 장애인 휠체어나 스쿠터가 들어가지 못 하도록 차단봉을 세웠다. 이미 서울시는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에 타는 위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차단봉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서울시는 관리책임을 소홀히 했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정말 비겁하다”라고 질타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땐 가만히 있더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뭐라고 한다’ 할 텐데, ‘오세훈이냐, 박원순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또한 서울시를 향해 강하게 성토했다. 이 회장은 “에스컬레이터 앞에 차단봉만 있었으면 고인이 진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서울시가 안전에 대한 대책을 안 세웠기 때문에 일어난 인재다. 장애인은 언제까지 리프트든 에스컬레이터든 계속 떨어져 사망하고 중상을 입어야 하나. 서울시가 반드시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들 ‘이동식 발판’ 이용하며 선전전… 서울시는 여전히 “유감”으로 일관

이날 장애인 활동가들은 2시 30분에 입장 발표를 마친 후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진행했다. 휠체어 이용자 30여 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청역 환승통로에서 승강장까지 내려오는 데만 40분이 소요됐다. 단 1대밖에 없는 엘리베이터에는 휠체어 이용자 2명만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지상에서 입장발표하고 내려왔으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지상에서 환승통로까지 1시간, 환승통로에서 승강장까지 1시간 해서 거의 2시간은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을 기다리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춘 상태다. 따라서 단지 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일 뿐이란 걸 명확히 하며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이동식 발판’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휠체어 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 넓은 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동식 발판이 있어야만 승하차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동식 발판은 쉽게 말해 나무나 철로 된 덮개 같은 것이다. 역무원 2명 정도가 이동식 발판을 깔아 승강장과 열차 사이를 잇고 발판이 움직이지 않도록 발로 밟고 있는다. 그러면 그 위를 휠체어 이용자가 안전하게 지나가는 방식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활동가가 이동식 발판을 밟고 지하철에 타고 있다. 사진 하민지

그런데 이동식 발판은 각 지하철역마다 수도 부족하고 이용하려면 미리 지하철역에 전화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 2명은 지난 2019년,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지하철 단차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빠진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과 이동식 발판이 아닌 ‘자동안전발판’ 설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자동안전발판은 지하철 내부에 접이식·슬라이딩 방식 등으로 설치되어 자동으로 발판이 튀어나와 단차가 3cm 이하로 좁아지는 편의시설이다. 승객의 발 빠짐과 휠체어 바퀴 빠짐 등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에서 장애인들은 패소했다. 2심 재판부는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는 휠체어 이용자가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라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 차별임을 인정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차별을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자동안전발판은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기에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승강장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서울교통공사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보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는 차별이 발생했음에도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차별행위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장애인이 휠체어 바퀴 빠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이동식 발판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이날 현장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수십 명이 서너 개의 발판을 가지고 휠체어 이용자 30여 명에게 승하차 지원을 하느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들이 승하차 하는 데는 약 3분정도 소요됐다. 또한 활동가들은 굴건을 쓰고 고인을 추모하며 서울시를 규탄하기도 했다.

시청역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활동가의 뒷모습. 양천향교역에서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의 굴건을 썼다. 굴건에는 한자로 ‘근조’라고 쓰여 있다. 사진 하민지
시청역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활동가의 뒷모습. 양천향교역에서 사망한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의 굴건을 썼다. 굴건에는 한자로 ‘근조’라고 쓰여 있다. 사진 하민지
지하철 내 유리문 사이로 한 칸씩 떨어져 탄 활동가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한편 서울장차연은 지난 7일, 서울시를 향해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한 공식사과 △두 차례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 파기에 대한 공식사과 △장애인탈시설지원조례 제정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청역 환승통로에 농성장을 세웠다. 오늘(11일)로 농성 7일차다.

장애인의 사과 요구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은 여전히 “유감”이다. 11일 오후, 서울시가 서울장차연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양천항교역 사고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적의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미주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11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는 장애인 사망사고에 대해 언제나 ‘유감’이라고 해 왔다. 여전히 무책임하다. 서울장차연은 이번 참사를 포함해서 그간 있었던 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명확한 사과를 요구하며 끝까지 투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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