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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약평위 이틀 앞두고 ‘조운이들’ 위해 싸우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02-08   조회수 :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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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먼저다! 헴리브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 즉시 확대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 전면화를 촉구하며 7일 서울 송파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아래 심평원) 서울지원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관련 기사: 전장연, 심평원 기습 점거 “헴리브라 전면 급여화 촉구”)

전장연과 혈우병 환아 가족은 이날 오후 심평원 서울지원 1층 로비에서 ‘항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비항체 환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심평원은 이날 혈우병 환아 가족과 면담한 뒤 오는 9일 열리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아래 약평위)에서 헴리브라 급여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 혈우병 비항체 환자, 급여 대상에서 빠져 있다

헴리브라 급여화 문제는 지난해 12월 1일 전장연과 혈우병 아들을 둔 조은별(29) 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1살 혈우병 환아 조운이 “혈관 찾아 주삿바늘 꽂아야 산다”) 혈우병은 지혈을 도와주는 특정 응고인자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출혈 시 피가 멎지 않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조 씨의 한 살배기 아들 조운이는 지난해 2월 태어나 혈우병 A형 진단을 받았다.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몸 구석구석에 멍이 들고 출혈이 생길 위험이 있지만, 혈관에 주사를 맞는 것 말고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 조운이는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정맥주사를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맞고 있는데, 혈관을 찾기 위해 손등, 발등, 팔뚝, 목에 돌아가며 주삿바늘을 꽂아야 한다.

혈우병 비항체 환자인 조운이는 적절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혈관에 맞는 정맥주사 대신 한 달에 한 번 피부 아래에 주사하는 헴리브라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조운이네 가족은 매달 500만 원 가까이 드는 약값을 부담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현재 헴리브라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범위는 전체 혈우병 환자의 10%에 해당하는 항체 환자로 제한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 탄 활동가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는 ‘이윤보다 생명을’, ‘약가를 낮춰라’, ‘1년 이상 정맥주사 필요조건 폐지하라’ 같은 말이 적힌 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 복건우
정부와 제약회사는 급여 대상 확대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심평원이 헴리브라 급여 기준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약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급여 전면화에 제동을 걸었다. 헴리브라 국내 판권을 가진 JW중외제약은 ‘금액을 낮출 바에는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게 본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정부와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제약회사의 기싸움 속에서 헴리브라 급여 확대 논의는 장기간 공회전 상태에 멈춰 있다. 그사이 조운이와 같은 혈우병 비항체 환자는 헴리브라를 맞지 못해 고통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조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조운이를 안고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예산효과성, 비용효과성이라는 말로 정부와 제약회사가 약값을 얼마나 받아낼지 고민하는 동안 조운이와 같은 혈우병 환아들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달에 여덟 번씩 정맥주사라는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혈우병 환아가 더는 정맥주사가 아닌 헴리브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이들의 삶을 함께 고민해주십시오.”

- 오는 9일 약평위, 헴리브라 급여 적용 확대하나

전장연은 심평원이 헴리브라 급여 대상 확대를 검토한다는 조건으로 이날 오전 9시께부터 4시간에 걸친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심평원 서울지원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헴리브라 전면 급여화를 위한 전장연-심평원-JW중외제약의 삼자 면담을 촉구했다. 혈우병 환아 가족은 현재 제한적인 헴리브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준에 반발하며 혈우병 환아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전장연은 지난해 1월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선포한 뒤로 1년 넘게 헴리브라 전면 급여화를 위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전장연은 1인 시위와 더불어 지난 1월에는 JW중외제약과 이사진 면담을, 2월에는 복지부 및 심평원과 삼자 면담을 진행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 1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조은별 씨(왼쪽)가 남편 임동재 씨가 안고 있는 혈우병 아들 조운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복건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아이가 정맥주사를 맞으며 울고불고 매달릴 때마다 부모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겠느냐”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답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와 제약회사는 헴리브라 급여 적용 대상을 비항체 환자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석 전장연 건강권위원회 간사는 “아침에 면담 일정을 확인하러 심평원에 왔는데 엘리베이터 전원이 모두 꺼져 있었다”며 “장애인 접근권을 볼모로 이동 자체를 방해하는 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간사는 “언론 보도를 보면 헴리브라는 수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으로만 강조될 뿐 그 약을 맞는 사람들의 일상이 어떤지, 약값이 왜 비싸게 책정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며 “약평위 발표 이후 이어지는 복지부와 심평원, 건강보험공단과 JW중외제약과의 협상에서도 헴리브라 급여 적용 확대 필요성을 계속 주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헴리브라 급여 기준은 오는 9일 열리는 심평원 약평위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은 전장연이 요구한 ‘1년 이상 제8 응고인자 제제 주사를 맞은 환자’에 더해 ‘생후 만 1세 이상 중증 환자’, ‘응고인자 수치 1% 미만 및 추가 출혈 발현 환자’를 헴리브라 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심평원 홍보기획부 팀장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전장연에서 보내온 자료를 심평원이 검토하기로 한 만큼 이번 약평위 고시가 나올 때까지 논의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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