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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서울경찰서 편의시설 전수조사… 혜화서 ‘거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03-01   조회수 :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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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경찰서에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계획이 시작부터 막혔다. 전장연은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전수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혜화경찰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 서울 시내 경찰서를 규탄했다. 장애인 당사자 10여 명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혜화경찰서에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을 직접 모니터링하려 했으나 경찰력에 막혀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복건우
- 전장연 “서울경찰서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때는 2022년 7월 14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전장연 활동가들이 혜화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직후였다. 건물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휠체어 탄 장애인 4명은 조사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공공기관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경찰서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외침이 시작됐다.

이후 장애인 활동가들은 용산경찰서, 종로경찰서에 차례로 출석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31개 경찰서 중 10곳(32.4%)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지난해 7월 기준). 전장연은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에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반년이 지나도록 응하지 않았고, 전장연은 지난 22일 서울 시내 경찰서에 전수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기자회견 하루 전날(27일), 혜화경찰서는 답변을 보내왔다. ‘귀 단체(전장연)의 편의시설 설치기준 적합성 확인 및 실태조사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인할 수 없어 협조가 곤란함을 통보합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8조를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에서도 경찰서 등 공공기관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혜화경찰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경찰서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명백한 권리다.”

장애인복지법 제54조를 보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차별 해소 및 권익옹호 업무를 담당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을 위반하는 서울 시내 경찰청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는 이 같은 법적 근거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장연은 주장한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경찰청은 최종 출석 통보만 내놓았지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며 “오늘 장애인 당사자들이 혜화경찰서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대표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서울 시내 모든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입구에 방패를 든 경찰력에 둘러싸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목에 빨간 리본을 걸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 혜화경찰서, 장애인 접근권 실태조사 ‘거부’

혜화경찰서에는 지금도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2018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혜화경찰서를 찾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당시 여성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서 사람들을 쫓아낸 뒤 남성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그마저도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했다”며 “5년이 지난 지금도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경찰서에서 장애인이 어떻게 제대로 조사받을 수 있겠나. 장애인에게 불법을 논하려면 경찰서 내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에 먼저 응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직접 만든 ‘경찰관서 장애인 편의접근 모니터링’ 체크리스트를 들고 혜화경찰서를 방문하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출입을 제지당했다. 체크리스트는 3개 대분류, 8개 중분류, 14개 소분류로 나뉘어 엘리베이터 설치 유무, 화장실·민원실·조사실 접근 가능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수어 통역, 점자 안내 책자 등을 제공하는지도 함께 살피고 있다.

전장연은 22일에 이어 이날도 장애인 편의증진 실태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혜화경찰서에 전달했다. 공문을 받아든 임장빈 혜화경찰서 경무과장은 “(전장연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장애인 편의시설 검사는 시설 주관기관에서 하도록 되어 있으며 현재 보건복지부, 서울경찰청, 종로구청으로부터 정기적인 검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입구에 방패를 든 경찰력에 둘러싸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왼쪽)가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내 장애인 편의증진 실태조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들어 보이며 경찰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에 박 대표는 “이미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업해 파출소, 영화관 등의 장애인 접근권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며 “장애인 편의시설 인허가 여부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서울경찰청이 지금까지 미뤄 온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전장연은 오는 3월 중순까지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를 전수조사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주 중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산하 경찰서 차원의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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